相爱相杀
[131202/정동환의 바둑동네 이야기] 연간상금 7억원 번 이세돌, 돌하나에 8만원 본문

1995년 7월 이세돌이 12세의 나이에 입단하자 승민애비는 꼬맹이 세돌이에게 프로바둑의 기록을 맡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당시는 프로가 되면 의무적으로 10판의 바둑을 기록해야했지요. 기록(記錄)이란 대국(對局)을 기보용지에 그대로 옮겨적는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당돌한 꼬맹이는 20여년 연상인 아저씨의 ‘지시’를 거부했습니다. 어이없어하자 스승인 권갑용 사범이 승민애비에게 오더군요.
“승민애비씨, 세돌이는 좀 봐주게. 저 친구는 기록을 할줄 모르네”
재차 어이가 없었습니다. 승민애비같은 하수도 하는 기록을(조훈현-이상훈의 대국만 아니면 할 수 있습니다) 프로기사가 못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런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세돌은 정말 기록을 할 줄 몰랐습니다.
하기 싫어서 안한것이 아니고 할 수 없어서 못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세돌의 생애 첫 타이틀이 된 ‘5회 박카스배 천원전’의 결승1국이 2000년 10월 29일 충북 제천시 바둑문화회관에서 열렸습니다.
17세의 유망주는 자신의 첫 지방대국이기도 한 류재형(柳才馨)과의 대국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지방바둑팬들이 초청을 해 대국을 하는 경우 대부분 바둑판에 사인을 해 초청해주신 분께 선물로 드리는게 관례입니다. 제천시 바둑협회분들과도 그렇게 약속을 했지요.
그런데 이세돌은 사인을 거부했습니다.
또 어이가 없었습니다. 승민애비하고 원수졌나. 뭐만 하라고 하면 안합니다. 재형이는 잘만 하던데. 쩝. 신경질 좀 났습니다.
왜 안하냐고 물었습니다. 대답이 범상치 않았습니다.
‘붓글씨를 쓸 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둑판 뒷면에 하는 사인은 대부분 먹을 묻혀 붓으로 하거나 약식으로는 붓펜으로 하기도 합니다. 붓이든 붓펜이든 필기면과 접촉하는 부분이 부드러우면 쓰기 어렵죠.
볼펜과는 격이 다릅니다. 그래서 서예가들이 존경받는거 아니겠습니까.
‘사인하기 싫은게 아니고 붓글씨를 써본 일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기록’과는 달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서 하긴 했습니다. 주위 사람을 모두 물리고 승민애비와 단 둘이 남아서 몇 번의 연습 끝에 사인을 했습니다.
마치 조각가가 화강암을 섬세하게 쪼는 듯한 그림이었습니다.
이세돌에 얽힌 사연을 시시콜콜 말하자면 또 이 글이 장황해질것 같군요.
몇 차례 부딪히면서 이세돌을 싫어했던 적이 있습니다. 어린 친구가 건방지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세돌의 생각이 이해가 갑니다.
이세돌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습니다. 확신이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한다고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옳지 않으면 가지 않는 쪽이죠.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용기가 없어서’, ‘쪽팔려서’ 따라가는 승민애비와는 많이 다른 사람입니다.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이세돌같은 사람이 불편할 때도 있습니다만 그는 분명 행동하는 개혁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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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환의 바둑동네 이야기] 연간상금 7억원 번 이세돌, 돌하나에 8만원
2013-01-02 17:17:42에 게재된 글입니다. ■‘행동하는 개혁가’ 이세돌 지난 주(12/27) 바둑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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