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爱相杀

[100421/엠게임] ‘돌아온 쎈돌’ 연승 행진 어디까지? 본문

스크랩

[100421/엠게임] ‘돌아온 쎈돌’ 연승 행진 어디까지?

교선생 2019. 9. 24. 12:36


‘돌아온 쎈돌’ 연승 행진 어디까지?


승률 100%, 파죽의 19연승
숙적 구리 꺾고 후지쓰배 ‘나 홀로 4강’

 

후지쓰배 8강전 이세돌9단과 구리9단의 대국 모습


이세돌 9단이 숙적 구리(古力)마저 눕혔다.

14일 도쿄 일본기원서 벌어진 제23회 후지쓰배 8강전서 이세돌은 구리 9단의 열화와 같은 공격을 잠재우고 26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번 비씨카드배에서 쿵제를 꺾은 데 이어 구리마저 격파함으로써 복귀 후 국제무대에서 중국 랭킹 1,2위를 잇달아 꺾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이로써 파죽의 19연승. 지금 바둑계의 모든 시선은 이세돌의 연승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직 중 이세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를 연전연승으로 이끄는 것일까. 타고난 야수의 본능일까, 아니면 내재된 분노의 표출일까. 6개월여의 휴직을 마치고 지난 1월 복귀한 후 무려 19연승. 승률 100%다. 복귀 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는 단 한 번의 패배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 결과 그는 BC카드배 월드챔피언십 결승에 올랐고, 중국이 주최하는 춘란배에선 허영호와 함께 8강에 진출했으며, 후지쓰배에선 한국 선수 중 홀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2위로 미끄러졌던 한국 랭킹은 다시 1위가 됐으며 국내 무대에선 명인전 본선, 물가정보배 본선 진출도 이뤘다.

 


이세돌 2010년 19연승 일지
(* 파란색 표시는 연승 과정 고비가 되었던 대국)

 

표를 보면 이세돌의 19연승이 순탄치 만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고비 고비 강자와의 대국도 많았고, 바둑 내용에 있어서도 국내 예선을 제외하고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복귀 후 첫 대국은 1월 16일 BC카드배 64강전이었는데 하필이면 상대가 어린 연구생 이었다. 올해 BC카드배는 이창호 9단이 무명의 연구생에게 80여수 만에 돌을 던 질 정도로 아마추어 돌풍이 거셌다. 이세돌은 다행히 악전고투 끝에 3집반을 이겼지만 만약 졌다면 어찌될 뻔 했었나. 이세돌은 분명 용왕을 면접하고 온 사람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고비는 2월 27일의 비씨카드배 16강전 중국 쿵제와의 대국이었다. 한•중 모든 바둑 팬이 주목했던 이 대결에서 이세돌은 초반에 대마가 죽는 참사를 당하고도 아수라의 흔들기로 바둑을 역전시킨다. 이기긴 했지만 이세돌은 이 판에서 또 한 번 저승 문턱을 다녀오는 홍역을 치렀다. 이어 8강전인 박영훈 9단과의 대국과 4강전인 김기용 5단과의 대국도 초반부터 고전이었고 모두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으나 결국엔 다시 역전승했다. 6개월의 휴직으로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드러났지만 이세돌은 그런 공백을 절절한 집중력으로 커버하려는 듯 보였고, 그것이 결국엔 미스터리한 역전승을 가져다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 제2회 BC카드배 16강전에서 만난 이세돌9단과 콩지에9단

 

4월 7일 박정환 7단과의 명인전 예선결승 역시 연승의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중대한 고비였다. 17세 박정환은 연초 이창호 9단을 꺾고 10단전에서 우승했다. 지난 해 천원전에 이어 현재 2관왕이자 다승 1위(21승 3패)이다. 이 열살 아래의 무서운 신예와 맞선 이세돌은 초반 불리함을 딛고 다시 역전 불계승을 거둔다. 이로써 17연승. 위태위태한 고비를 모두 넘긴 이세돌은 “ 그저 운이 좋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지만 표정에선 처음으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바둑계에선 현재 그가 언제 타이틀을 따느냐 보다 그의 연승 기록이 얼마나 이어질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이세돌은 2000년 32연승, 2007년 24연승을 거둔 바 있다. 지난해 중국리그에서의 19연승도 대단한 기록. 국내 연승 기록은 이창호 9단이 1990년에 기록한 41연승이 최고다.

 

▲ 바둑 모든 기록의 위에는 항상 이창호가 있다.

김성룡 9단은 “이 9단의 휴직과 복직이 절묘한 시기에 이뤄진 것 같다. 복귀 후 초반 흔들렸던 내용도 갈수록 안정감을 찾고 있어 기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역전승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런 게 원래 이세돌 스타일이라는 분석도 많다.
한 중견 기사는 “이 9단은 전에도 바둑을 너무 엷게 둬서 후배기사들에게 ‘걸레 바둑’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세돌 바둑의 초반은 이상감각이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의 미세한 약점을 파고들어 뒤집는 능력이 워낙 탁월하기에 이런 것이 다 커버가 된다. 이것이 이세돌 바둑의 숙명이고 그 때문에 매번 역전승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이번 후지쓰배 8강전에서 구리 9단을 꺾은 것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복귀 후 이제까지 여러 강자들과의 대국에서 이 판의 내용이 가장 좋았다. 그 동안의 바둑 내용과는 달리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으며 이후 난해한 전투 과정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한 판의 내용만으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이세돌의 바둑이 이제 본 궤도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상대가 회복기의 구리라는 점도 기분 좋은 일이다. 소식통에 의하면 구리는 최근 한 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자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안 게임 대표 선발전(20명의 기사가 풀리그로 대결한다)에서 랭킹 1위 쿵제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승세의 구리를, 늘 한편에 부담을 갖고 있었던 상대를 보기 좋게 격파한 것은 향후 이세돌의 행보에 엄청난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연승행진이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 9단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우선 BC카드배에서 우승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하면서 “우승을 못하면 그 동안 나한테 진 우리 기사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9단은 오는 24일부터 우승 상금 3억원의 비씨카드배 패권을 놓고 중국 창하오(常昊)와 결승 5번 승부에 돌입한다.

 

 

http://baduk.mgame.com/column/ifrm_column_view.mgame?idx=653&category=%BE%C8%BC%BA%B9%A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