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爱相杀

역시 '쎈돌'은 강했다. '세계 바둑계의 천하무적' 이세돌이 지난 22일 막을 내린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결승 5번기에서 '하늘이 내린 속기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열아홉살 소년 강호 강동윤을 3대1로 꺾고, 2년 연속 명인위를 차지하면서 우승 상금 1억원의 주인이 됐다. 최근 세계 바둑계는 이세돌이 부르는 '나홀로 아리랑'이 산과 들을 온통 휘감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올초 삼성화재배, LG배, 도요타덴소배, TV바둑아시아선수권 등 4개 세계 타이틀을 잇달아 따낸 데 이어 연말에 다시 콩지에와 구리 등 중국의 최고 기사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삼성화재배와 LG배 결승에 또 이름을 올려 내년도 타이틀 획득을 '예약'했다. 국내 기전에서도 이미 명인 2연패에 성공했고 국수전(상대 목진석)..

제4보(40~48)=이세돌 9단은 국후 “포석은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백△에 손 빼고 흑▲를 두어 버린 것도 “흑이 좋지 않을까”했다. 묘한 장면이다. 프로는 보통 40과 같은 선수를 당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흑▲는 더 크다고 한다. 무슨 소리일까. 바둑 사전에 ‘세력을 집으로 만들지 말라’고 했건만 왜 흑▲가 찬양을 받고 있는 것일까. 흑▲가 힘과 실리의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백이 먼저 두면 흑은 A로 받아야 하고 흑이 먼저 두면 백이 42로 받아야 하는 분기점. 이 한 수의 통찰에서 흑은 앞섰고, 그 바람에 포석을 성공으로 이끌게 됐다.한데 진짜 놀라운 수는 43이다. 권투로 치면 가드를 완전히 내린 수. 44의 급소가 뻔해서 도저히 둘 수 없는 수. 그래도 이세돌은 결행했다. 해설자들이 ‘참고..

결승3번기 1국 白이세돌 九단 黑구 리 九단〈제9보〉(98~109)=백 △들이 한가한 곳에 놓인 틈을 타 주 전장(戰場)인 좌중앙에서 흑이 주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97수까지 두어진 후 점심시간. 이세돌은 뜻밖에 여유 있는 표정이다.“ 대국장에 웬 파리들이 그리 많은지…. 두마리나 잡았다니까요.”바둑돌 위에 자꾸 내려앉아‘집행’이 불가피했다는 얘기.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사원 안에서‘살생’을? 어째 기분이 좀 찜찜해진다. 오후 첫 점인 98을 놓는데 이세돌은 4분 넘게 투자했다. 점심시간 60분 동안 착점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고심의 내용은 참고1도 백 1로 차단할 수 있느냐는 것. 그러나 18까지 필연의 수순으로 오히려 좌변백이 잡힌다(15…▲). 99는 구리가 이 바둑 최장인 1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