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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爱相杀
‘중국을 알려면 바둑부터 배워라.’ 지난 27일 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박근혜 대통령을 맞아 인민대회당에서 환영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대단한 사실 하나를 뽐냈다. 인류 최고의 두뇌 스포츠 바둑에 대한 얘기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는 28일 중국 바둑사이트 ‘시나바둑’에 실린 기사를 하나 소개했다. 중국의 ‘바둑 영웅’ 창하오 9단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 관한 것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날 연회에는 중국의 대표적 프로기사인 창하오 9단도 초청됐다.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창하오를 포함해 중국의 문화·스포츠계 대표인들을 직접 불러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 바둑이 요즘 성적이 ..
“반상 복귀 후 자신감 표현하는 것은 좀 자제합니다”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요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휴직파동을 조기에 마무리짓고 올 1월 바둑계로 돌아온 뒤 두었다 하면 이기는 바둑을 이어가고 있다. 복귀 직후 내리 24판을 이겨 바둑계를 놀라게 하더니 이날 현재 47승 7패, 승률 87%의 경이적인 전적을 기록 중이다. 한국기원에서 매달 성적을 집계해 매기는 월별 랭킹, 프로 입단 후 지금까지 전적을 반영해 매기는 통산랭킹 모두 부동의 1위다. 바둑에 공식적인 세계랭킹은 없지만 그가 중국의 쿵제(孔傑)와 함께 1위 아니면 2위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1990년대 조훈현, 2000년대 이창호에 이어 지금은 ‘센돌(이세돌의 애칭)의 시대’인 것이다. 올해 스물일곱. 아무..
■ 한국기원 객원기사 규정 ‘표적 개정’ 논란 《한국기원의 객원기사 규정 개정을 둘러싸고 이 개정이 루이나이웨이 9단을 표적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원은 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임원회의가 작성한 객원기사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임원회의의 안은 객원기사의 자격에 대해 외국 국적자로 국내 입단대회를 통과하지 않은 기사는 어떤 경우든 객원기사로 규정하고 있다. 루이 9단의 경우 1990년대 말 한국에서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땐 객원기사였으나 국수전 우승 등 활약을 펼치자 정식기사로 바꿔줬다. 개정안대로 한다면 루이 9단은 다시 객원기사로 돌아간다. 이에 대해 루이 9단이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지난달 열린 중국..
많이 아쉬웠다. 많은 바둑팬들과 바둑계의 응원이 함께 했지만, 최철한 9단은 제5회 응씨배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최철한 9단은 '(제 상황에 대해) 너무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된다. 별로 말할 것이 없다. 그냥 내가 떳떳치 못하다"라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무살의 어린 기사가 세계대회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것에 대해 너무 낮춰 볼 것 만은 아닌 듯 싶다. 아쉬움이 크지만 그만큼 가능성또한 크기 때문이다. 한국기원 선수단은 "좀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일종의 시련을 겪는 과정"이라고 평가했고, 아버지 최덕순씨 또한 비슷한 의미로 "하느님이 철한이를 더욱 크게 하기 위해 이런 일을 안배하신 모양"이라며 기도했다고 밝혔다. 최 9단은 3월 7일, 현지시간 오후 6시부..
[일요신문] 한국 바둑이 이번에는 바둑교육으로 중국에 진출하고 있다. 섣부른 짐작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게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게 말하자면 바둑의 시대적 흐름이고, 우리 바둑계의 또 하나의 새로운 진로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연말 베이징에서 ‘이세돌바둑학교’가 문을 열었다. ‘바둑학교’라는 것이 어떤 내용인지 사람들이 궁금해 했는데, 그냥 이름이 그렇다는 것이고 바둑도장이나 바둑교실을 생각하면 된다. 현판식에는 이세돌 9단, 중국의 왕루난 8단(68), 이창호 9단의 동생 이영호 씨(36) 등이 보였다. 왕루난 8단은 원로기사이며 현재 중국기원 부원장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시쳇말로 실세여서 국내외 굵직한 바둑행사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다. 중국기원이 ‘이세돌바둑학교..
중국 바둑이 드세다. 지난해엔 4년마다 열리는 응씨배를 비롯해 삼성화재배·LG배 등 메이저 세계대회를 여섯 차례나 우승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단체 대항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하세배·LG배·농심배 등 세계대회를 3개나 거머쥐었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한국 바둑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었다. 중국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바둑인구 8800만 명에서 오는 걸까. 바둑의 발상지라는 오랜 전통과 문화에서 오는 걸까. ‘몽백합배 이세돌·구리(古力) 10번기’ 4국이 지난달 27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렸다. 중국 선수단을 이끈 왕루난(王汝南·68) 중국위기(圍棋·바둑)협회 주석을 만났다. 왕 주석은 현재 류쓰밍(劉思明·60) 중국기원 ..
이세돌과 구리(古力)의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2012년 9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세 합이나 겨뤘다. 지금까지 맞싸운 회수가 31회. 정말 이 시대 최고의 라이벌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9월 초순 베이징서 벌어진 제17회 삼성화재배에서 둘은 국제대회 사상 최초의 ‘판빅’을 연출했다. 판빅이란 특정 형태가 순환 반복돼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승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승패를 꼭 가려야만 할 상황이어서 ‘연장전’까지 치렀다. 두 라이벌은 뒤이어 9월 17일 중국 꾸이린(桂林)시에서 끝난 제1회 한중일 프로바둑 세계선수권서 또 다시 패권을 놓고 마주쳤다. 준결승서 일본 요다(依田紀基)를 꺾은 이세돌은 대회 패권과 열흘 만의 설욕 등 2마리 토끼를 노렸으나 모두 실패하고..
이세돌 9단은 수줍음이 많은 천재이다. 음성은 가냘프게 떨리고 성조는 차분하지만 문장은 단정적이고 눈빛은 강하다. 두뇌 회전이나 지력에 대한 자신감은 겸양으로 숨겨지지 않는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한 번 고집을 부리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한국기원과 벌인 중국 리그 대전료 정산이나 기보 지적재산권 다툼에서 프로기사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감수하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 세계 최강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지난 10월15일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왜 바둑 분야에서 50세 미만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선정되었다고 보나? 우선 바둑 성적이 가장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이세돌 9단은 10월14일 기준으로 올해 59승8패 기록). 성격상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리더십이 있는 유형은 ..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이세돌) 제18회 삼성화재배 결승3번기 기자회견이 중국 쑤저우 진지후 신라호텔에서 결승 진출자인 한국의 이세돌과 중국의 탕웨이싱 그리고 중국기원 류스밍 원장, 정현준 삼성화재 중국법인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 류스밍 원장은 "결승전에 진출한 두 기사는 비록 모두가 유명한 기사이지만 유명한 정도가 좀 차이가 난다. 이세돌은 이미 10여 차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기사이지만 탕웨이싱은 세계대회 4강에 진출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나는 이 두 사람의 3번기 결승전은 우리의 탕웨이싱이 더욱 분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의 탕웨이싱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모든 세계대회 결승전은 '90후'와 '80후'의 대결이었는데 모두가 '90후'가 이겼다..
이세돌(33) 9단이 입은 상처가 클 줄 알았다. 지난 5일 끝난 제2회 몽백합배 결승전을 앞두고 중국의 커제(柯潔) 9단은 “이세돌의 시대는 갔다” “내가 이길 확률이 95%”라며 이 9단을 도발했다. 이 9단은 분연히 맞서 싸웠지만 최종국에서 반집 패하며 결국 14살 어린 커제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심각한 내상으로 이 9단이 영원히 주저앉지 않을까 하는 염려 섞인 목소리는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이세돌은 달랐다. 더욱 ‘센돌’로 거듭난 느낌이다. 8~9일 열린 제43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전과 11일 열린 KBS 바둑왕전 결승전에서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만나 3연승을 거뒀다. 혹독한 패배가 그의 승부사 기질을 담금질한 걸까. 그간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이 9단이 인터뷰에 응했다.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