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爱相杀
중국 바둑이 드세다. 지난해엔 4년마다 열리는 응씨배를 비롯해 삼성화재배·LG배 등 메이저 세계대회를 여섯 차례나 우승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단체 대항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하세배·LG배·농심배 등 세계대회를 3개나 거머쥐었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한국 바둑의 위상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은 없었다. 중국의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바둑인구 8800만 명에서 오는 걸까. 바둑의 발상지라는 오랜 전통과 문화에서 오는 걸까. ‘몽백합배 이세돌·구리(古力) 10번기’ 4국이 지난달 27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렸다. 중국 선수단을 이끈 왕루난(王汝南·68) 중국위기(圍棋·바둑)협회 주석을 만났다. 왕 주석은 현재 류쓰밍(劉思明·60) 중국기원 ..
이세돌과 구리(古力)의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2012년 9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세 합이나 겨뤘다. 지금까지 맞싸운 회수가 31회. 정말 이 시대 최고의 라이벌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9월 초순 베이징서 벌어진 제17회 삼성화재배에서 둘은 국제대회 사상 최초의 ‘판빅’을 연출했다. 판빅이란 특정 형태가 순환 반복돼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승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승패를 꼭 가려야만 할 상황이어서 ‘연장전’까지 치렀다. 두 라이벌은 뒤이어 9월 17일 중국 꾸이린(桂林)시에서 끝난 제1회 한중일 프로바둑 세계선수권서 또 다시 패권을 놓고 마주쳤다. 준결승서 일본 요다(依田紀基)를 꺾은 이세돌은 대회 패권과 열흘 만의 설욕 등 2마리 토끼를 노렸으나 모두 실패하고..
이세돌 9단은 수줍음이 많은 천재이다. 음성은 가냘프게 떨리고 성조는 차분하지만 문장은 단정적이고 눈빛은 강하다. 두뇌 회전이나 지력에 대한 자신감은 겸양으로 숨겨지지 않는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한 번 고집을 부리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한국기원과 벌인 중국 리그 대전료 정산이나 기보 지적재산권 다툼에서 프로기사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감수하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 세계 최강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지난 10월15일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왜 바둑 분야에서 50세 미만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선정되었다고 보나? 우선 바둑 성적이 가장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이세돌 9단은 10월14일 기준으로 올해 59승8패 기록). 성격상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리더십이 있는 유형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