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제5회LG배세계기왕전 (2)
相爱相杀
전라남도 신안군에 가면 비금도(飛禽島)라는 섬이 있다. 그곳에서 이상훈 - 이세돌 형제 프로기사가 탄생했는데 세돌의 이름은 형 상훈 때문에 일찌감치 유명해졌다. 스토리는 이렇다. 상훈은 15세에 프로가 됐고 거친 파괴력을 지닌 싸움바둑으로 대번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상훈의 동갑내기로 저 유명한 이창호 9단이 버티고 있었다. 이창호란 존재는 상훈에게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다가왔고 어느덧 소년 티를 벗은 상훈은 시합에서 지는 날이면 폭음을 하는 날이 많아졌다. 상훈은 "나는 기재(棋才)가 부족하다. 그러나 내동생 세돌이는 다를 것이다."며 바둑을 단념이라도 한듯 군에 입대해버렸다. 상훈은 점점 잊혀졌지만 상훈의 바로 그 한마디 때문에 세돌이란 이름은 바둑계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떠나지 ..
2001년과 2002년, 이창호 9단과 이세돌 3단은 연속 격돌했다. 두번 모두 혈전이었다. 종가(宗家)의 우두머리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이었다. 승부가 끝난 현장은 다 타버린 재와 같았다. 이창호는 두번 다 이겼고 이세돌은 두번 다 졌다. 이세돌은 비록 졌으나 내용은 충실했다. 돌부처라 불리는 이창호조차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길 수 있는 승부였기에 패자 이세돌의 가슴은 더욱 쓰라렸다. 상처가 깊었다. 세월은 잿더미 속에서도 생명을 키워낸다. 이세돌은 훨씬 성숙한 20세 청년이 되어 다시 이창호 앞에 나타났다.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컵을 놓고 두사람의 천재가 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이다. 21세기의 첫해에 시작된 두사람의 대결은 신기하게도 매년 한번씩 이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