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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爱相杀
이세돌과 구리(古力)의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2012년 9월 한 달 동안에만 무려 세 합이나 겨뤘다. 지금까지 맞싸운 회수가 31회. 정말 이 시대 최고의 라이벌이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9월 초순 베이징서 벌어진 제17회 삼성화재배에서 둘은 국제대회 사상 최초의 ‘판빅’을 연출했다. 판빅이란 특정 형태가 순환 반복돼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승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승패를 꼭 가려야만 할 상황이어서 ‘연장전’까지 치렀다. 두 라이벌은 뒤이어 9월 17일 중국 꾸이린(桂林)시에서 끝난 제1회 한중일 프로바둑 세계선수권서 또 다시 패권을 놓고 마주쳤다. 준결승서 일본 요다(依田紀基)를 꺾은 이세돌은 대회 패권과 열흘 만의 설욕 등 2마리 토끼를 노렸으나 모두 실패하고..
劉昌赫 九단 꺾고 후지쓰杯 우승 차지 李世乭(이세돌·19)이 마침내 세계 바둑계의 전면에 나섰다. 마치 마이너 리그서 폭발적 타격으로 주목받던 루키가 메이저 리그에 진입하자마자 큼지막한 만루 홈런을 쳐낸 느낌이다. 지난 8월3일 도쿄서 막을 내린 제15회 후지쓰杯 세계 선수권대회 결승서 李世乭 三단이 대선배 劉昌赫(유창혁·36) 九단을 극적인 반 집 차로 따돌림으로써 바둑계는 일대 지각변동기로 돌입할 전망이다. 李世乭의 이번 후지쓰杯 제패로 한국 바둑은 17개 국제대회서 연속 우승이란 신화를 이어갔다. 한국이 국제대회를 제패했다는 것은 별반 뉴스거리도 못 될 정도인데, 그럼에도 이 사건이 국내외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정상권에 「새 식구」가 들어섰다는 점과, 그 새 얼굴이 앞길..
‘세계 바둑사상 최초의 빅 매치’로 불리는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 제1국이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특별 대국실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 대국은 98수로 끝나 구리가 봉수(封手)했다.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목진석 9단, 원성진 9단 등은 “중앙 싸움에 승패가 달렸다”고 진단했고, 최규병 9단은 “백이 약간 고전하는 양상”으로 봤다. 중국 팀 단장 위빈(兪斌) 9단은 구리의 형세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두 대국자는 점심 휴식 시간 때 사찰 내 식당에서 함께 산채 비빔밥을 들었다. 이세돌과 구리 모두 표정은 밝다. 이세돌은 대국장 안을 날아다니는 파리를 화제로 삼았고, 구리는 자신의 출신지인 사천(四川)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며 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섞어 먹었..
이수오(李壽五)씨는 기인(奇人)이었다. 바둑천재 이세돌의 아버지인 그는 44년 생으로 광주교대를 나왔다. 젊은 시절 목포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홀연히 식솔들을 이끌고 고향인 비금도(飛禽島)로 유턴, 98년 세상을 뜰 때까지 그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아마 5단의 바둑실력과 함께 천문, 역사, 족보 등에 두루 해박한 인텔리였다. 말년의 그는 막내 세돌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낙이었다. 3남 2녀의 자녀 모두를 도시로 진출시키고 유일하게 세돌이만 곁에 남긴 채 바둑을 가르쳤다. 그의 바둑 교육방식은 특이했다. 아침에 농사일을 보러 나가기 전 사활(死活)문제를 내주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 숙제를 점검하는 식이었다. 전직 교사이자 현직 농부였던 이수오씨의 막내사랑은 끔찍했다. 다섯 살 막내동이가..
움직이면 뉴스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대통령, 교황, 방탄소년단 같은 유명 인사들이다. 바둑계로 한정한다면 이세돌이 그런 부류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화제요, 뉴스였다. 좋은 내용만 있는 게 아니었고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는 악플과 선플의 중간 담벼락을 걷는 경계인이었다. 그런 이세돌이 또 한 번 빅 뉴스를 터뜨렸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소재는 자신의 은퇴 발표였다. 지난 한 주 바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모았다. 중국 대륙까지 들썩거렸을 정도였다. 이세돌은 과(過)가 하나라면 공(功)은 아홉쯤 되는 존재였다. 나는 다른 것 다 제쳐 놓고 이세돌이 바둑사의 주요 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해 일정 역할을 수행한 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모든 약점과 과오를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
소위 초1류 프로들의 승부사로서의 자존심은 일반 팬들로선 상상하기 힘들만큼 강하다. 그중에서도 이세돌의 지기 싫어하는 성격은 정평이 있다. 타고난 재주에 투철한 승부기질이 합쳐져 최고 승부사 이세돌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이세돌이라도 무한정 질주는 불가능하다. 신이 마련한 세월이란 장치 때문이다. 중요한 판에서 연속으로 무너진 것은 세월이란 이름을 지닌 자연의 섭리다. 패배가 오죽 힘들고 괴로웠으면 은퇴 또는 휴직까지 떠올렸겠는가. 프로기사는 일종의 예술가적 측면도 있어 나이가 든다고 굳이 은퇴해야만 하는 세계가 아니다. 그가 은퇴를 입에 올린 것은, 자신의 눈높이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지 못하는 이상 단순한 밥벌이 수단으로 기사생활을 유지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 명의 초1류 기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