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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29/ 스포츠경향] 시진핑, 박 대통령에게 '중국바둑이 한국 이겼다' 자랑

교선생 2022. 3. 15. 15:16

‘중국을 알려면 바둑부터 배워라.’

지난 27일 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박근혜 대통령을 맞아 인민대회당에서 환영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대단한 사실 하나를 뽐냈다. 인류 최고의 두뇌 스포츠 바둑에 대한 얘기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는 28일 중국 바둑사이트 ‘시나바둑’에 실린 기사를 하나 소개했다. 중국의 ‘바둑 영웅’ 창하오 9단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 관한 것이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날 연회에는 중국의 대표적 프로기사인 창하오 9단도 초청됐다. 그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창하오를 포함해 중국의 문화·스포츠계 대표인들을 직접 불러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 바둑이 요즘 성적이 아주 좋아요. 뒤를 이을 사람들도 많고, 이미 많은 사람이 ‘석불’을 넘어섰더군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석불’이란 돌부처, 즉 이창호 9단을 가리킨다.

이날의 일을 창하오 9단은 자신의 블로그에 “어젯밤 연회 초청을 받아 환영 연회에 참가했다. 연회가 끝날 때쯤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문화와 스포츠를 대표하는 조우웨이(중국의 미녀 탤런트)와 나를 소개했다. 그리고 특별히 내게 ‘요즘 중국바둑이 성적이 좋고 뒤를 이을 사람도 많다’라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이 바둑계의 돌아가는 상황을 상당히 깊이 이해하고 있다”라고 올렸다.

 

왼쪽이 창하오 9단, 가운데는 조우웨이, 오른쪽은 중국 외교부 뉴스사 사장 친강(사이버오로 캡처).


창하오 9단은 28일 시나 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박 대통령은 바둑에 대해서는 확실히는 잘 모르고 있었다. 나와 그냥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한국의 다른 수행원들, 특히 남성 관료들이 바둑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와 한 테이블에 앉은 한국 외교부의 박용준 동북아국장은 예전에 바둑을 배웠고 조훈현·이창호·이세돌 등 한국 바둑 스타들에 대한 얘기가 서툴지 않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창하오 9단의 얘기를 토대로 ‘시나바둑’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한국 박 대통령에게 자국의 바둑실력을 으스댔는데, 박 대통령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넘어간 셈이다.

중국에서 바둑은 ‘의심의 여지 없이’ 스포츠다. 특히 자신들이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몇몇 ‘종주국 종목’ 중 하나로 여긴다. 그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러나 그들에게 바둑은 ‘공한증(恐韓症)’을 불러일으키는 종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축구의 공한증보다 더 크다. 축구는 서양에서 만들어진 종목이고 자신들이 한국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아직 열세인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바둑은 얘기가 다르다. 자신들이 수천 년 전 처음 만들었고, 바둑을 즐기는 인구도 한국보다 10배 이상 많다. 그러나 지난 20년 가까이 중국은 한국의 ‘샌드백’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숱한 기사들이 한국의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등에게 번번이 나가떨어지며 ‘바둑 세계최강국’을 한국에 내줬다. 이창호 9단을 부처에 비유하며 신격화해 ‘석불(돌부처)’로 부르기까지 한다.

그러다 최근 2~3년 새 중국이 세계대회에서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아니면 한국을 앞지른 듯한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끝난 LG배에서 한국은 8강에 1명도 오르지 못하는 치욕을 당한 반면 중국은 6명이나 올랐다. 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직전에 열린 춘란배 결승에서는 국내랭킹 1위 이세돌 9단이 중국랭킹 2위 천야오예 9단에게 1-2로 패하며 우승컵을 내줬다.

 

최근 끝난 제9회 춘란배 세계바둑대회 결승3번기에서 한국의 일인자 이세돌 9단이 중국랭킹 2위인 천야오예 9단에게 1-2로 패했다. 사진은 결승1국이 끝난 후 복기하는 모습(사이버오로 캡처).


이를 두고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불세출의 바둑 영웅’ 이창호 9단에 빗대어 “이미 많은 사람이 ‘석불’을 넘어섰다”는 말로, ‘중국이 한국바둑을 넘어섰다’고 말한 것이다. ‘바둑에서만은 이제 공한증을 벗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은 바둑 실력이 ‘괜찮은 수준’으로, 여가시간에 바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기성(棋聖)’으로 불리는 녜웨이핑 9단이 학창 시절 시진핑 주석과 바둑을 두고 술을 마시고 한 얘기가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에 앞서 중국을 이끈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도 중국의 전국체전에서 녜웨이핑 9단을 만나 오랜 시간 바둑얘기를 나누면서 중국 기사들이 바둑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것을 치하한 일이 있다. 그가 실력 고하를 떠나 바둑을 깊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를 잘 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중국을 방문할 때 바둑판을 선물로 들고 갔다. 그 바둑판은 미국의 아마 바둑고수가 미국산 원목을 깎아서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이창호( 오른쪽)와 창하오. 창하오 9단은 한때 중국 일인자로 군림했으나 그때가 이창호 9단의 전성기 시절로, 국제무대에서는 이 9단에게 수차례 무릎을 꿇었다. 이 때문에 한국 바둑팬 사이에서는 ‘이창호의 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중을 넘어 세계바둑계의 최고 ‘절친’으로, 늘 서로를 아끼고 칭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사이버오로 캡처).


바둑의 ‘바’자도 모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바둑판을 들고 중국을 찾은 것은 ‘제가 당신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는, ‘제가 당신의 취미를 알 정도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의 간접 표현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런 준비가 없었다. 창하오 9단도 그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의 ‘거들먹거림’을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만약 박 대통령이 바둑을 알았다면, 공피고아(功彼顧我 : 적을 공격할 때는 나의 능력 여부와 결점 유무 등을 먼저 살펴라) 신물경속(愼勿輕速 : 경솔하게 빨리 두지 말고 한 수 한 수를 신중히 두어라) 피강자보(彼强自保 : 주위의 적이 강한 경우에는 우선 내 돌을 먼저 보살펴라. 무모한 싸움을 벌이는 것은 패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세고취화(勢孤取和 : 세력이 약한 곳에서는 싸움을 삼가고 안정을 찾아라) 등 바둑의 격언들로 대북 문제 등을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었을 듯싶다. 그 점이 아쉽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이창호의 밥’으로 불리는 창하오 9단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만약 살아 있는 ‘돌부처’ 이창호 9단이 박 대통령의 방중길에 동행했다면 한국이 중국을 상대로 확실히 기선제압을 했을 법하다.

아무튼 미국 대통령이 바둑판을 선물도 싸들고 중국을 찾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민심을 얻는 데는 바둑이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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