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爱相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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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18/시사저널] “내게 바둑은 삶 그 자체…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강에 오르고 싶다”

교선생 2021. 11. 9. 02:55

이세돌 9단은 수줍음이 많은 천재이다. 음성은 가냘프게 떨리고 성조는 차분하지만 문장은 단정적이고 눈빛은 강하다. 두뇌 회전이나 지력에 대한 자신감은 겸양으로 숨겨지지 않는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한 번 고집을 부리면 타협의 여지가 없다. 한국기원과 벌인 중국 리그 대전료 정산이나 기보 지적재산권 다툼에서 프로기사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감수하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 세계 최강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지난 10월15일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왜 바둑 분야에서 50세 미만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인물로 선정되었다고 보나?

우선 바둑 성적이 가장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이세돌 9단은 10월14일 기준으로 올해 59승8패 기록). 성격상 단체 생활에 익숙하지 않아 리더십이 있는 유형은 아니다. 다만 고집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게 주장하고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성격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독서가 취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나오는 책은 너무 일방적으로 소통한다. 독자가 사고하고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너무 일방적으로 이끌어가고 자기주장을 강요하는 책이 많다 보니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도 그냥 내려놓고 만다. 최근 경제 분야 서적도 본 적이 있었으나 내용이 비슷해 흥미를 갖지 못했다.

 

바둑기사가 아니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주식 투자 전문가가 맞는 듯하다. 한 번 주식에 투자한 적이 있다. 주식 투자는 사고와 판단이 빨라야 하더라. 프로기사는 수 읽기와 판단력이 빨라 주식 투자에 유리하다고 본다. 종목 분석이야 부족할지 모르겠으나 주가를 움직이는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빠른 의사 결정을 내릴 자신이 있다. 나중에 프로기사로서 전성기가 끝난다면, 주식 투자 전문가로 나설 뜻도 없지 않다. 아주 재미있는 분야이다.

 

기풍이 신출귀몰하고 자유분방하다고 평가받는다. 자연인 이세돌은 어떤 사람인가?

고집이 아주 강하다. 바둑이라는 영역을 빼고 자연인 이세돌을 논의하기 힘들다. 내게 바둑은 삶 그 자체이다. 바둑이라는 영역에서는 자부심이 강하다 보니 고집스러워 보인다. 바둑 외적인 영역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복귀 이전과 이후가 많이 달라 보인다. 사고방식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바둑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기풍이나 스타일도 변했다. 무엇보다 부담감이 심해졌다. 그동안 마인드컨트롤이 강점이라 자부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복귀 이후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강박 관념이 커져 대국을 그르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콩지에 9단과 벌인 후지쯔배 결승 대국은 내가 둔 대국 같지 않았다. 무언가에 쫓기듯 대국에 임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까지 느끼고 있다.

 

한국기원과 벌인 갈등에 대해 생각의 변화는 없었는가?

결과적으로 한국 리그 불참에는 내 잘못이 있다. 소통이 부족했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논쟁 안건에 대한 의견)는 양보하고 싶지 않다.

 

한국 바둑이 세계 최강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이 지닌 승부 기술이 크게 기여한 듯하다. 일본이나 중국과 싸우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근성이 아주 강하다. 또 한국 바둑은 일본, 중국 바둑에 비해 자유롭다. 정형화하지 않고 창의성이 넘치는 수를 둔다. 그것이 한국 바둑을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고 있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구리 9단은 난타전을 벌이면서도 실리와 세력 사이에 균형을 유지한다. 끝내기는 그리 강하지 않지만, 형세 판단이 탁월하다.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구리 9단을 제칠 수 있을 때 세계 최강이 되지 않겠나 싶다. 중국 랭킹 1위 콩지에 9단은 기풍이 단단하고 차분하다. 전성기 이창호 9단과 기풍이 비슷하다. 하지만 콩지에 9단은 상대적으로 상대하기 쉽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보는가?

지금 약점이 많다. 그래도 성적은 좋다. 약점이 많다는 것은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점점 발전할 여지가 많으므로 절정의 기량은 한참 후에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나중에 이세돌 9단의 바둑은 어떠했다고 평가받고 싶나?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바둑을 두었다고 평가받고 싶다. 아직 바둑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나 부족한 점을 보완해 발전하면 그런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강에 오르고 싶다. 지금도 ‘이세돌 9단이 최강이 아니냐’라고 평가받지만 확실한 세계 최강이라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지금까지 둔 바둑의 내용을 복기하다 보면 내가 초일류 기사가 맞는지 의문시된다. 가장 큰 문제는 대국 초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돌이 어울려 있으면 어떻게 둘지 알겠는데 돌이 없는 대국 초반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다. 

 

http://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30410 

 

“내게 바둑은 삶 그 자체…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계 최강에 오르고 싶다” - 시사저널

이세돌 9단은 수줍음이 많은 천재이다. 음성은 가냘프게 떨리고 성조는 차분하지만 문장은 단정적이고 눈빛은 강하다. 두뇌 회전이나 지력에 대한 자신감은 겸양으로 숨겨지지 않는다. 자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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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직후에 쏟아진 인터뷰들은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대부분 신중하게 톤이 다듬어져 있는데 이 기사는 보기 드물게 윤문을 덜 한 것 같다ㅋㅋ 어디로 튈지 모르던 스무 살 언저리 인터뷰들이 겹쳐 보여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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