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爱相杀

[140127/타이젬] 이세돌,"팬들과 10번기를 함께 하고 싶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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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27/타이젬] 이세돌,"팬들과 10번기를 함께 하고 싶다!"

교선생 2021. 3. 6. 23:51

 

▲ 장장 9시간의 혈전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세돌.

긴 승부였다. 장장 9시간을 넘어가는 승부 끝에도 그에게 말을 걸기는 어려웠다. 대국을 마치자마자 공개해설장으로 달려간 이후 그곳에서 1시간가량 팬 서비스를 다한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국장 바둑판 앞에 앉았다. 그로부터 또 1시간 여 복기가 끝나자 비로소 승자 이세돌의 소매 끝을 붙잡을 수 있었다. 프로로서 생명을 건다는 10번기. 70년 만에 벌어진 일인자의 10번기 중 10분의 1을 소화한 느낌 그대로를 전한다.

이제 10분의 1을 끝냈다. 일단 소감은?
초반은 역시 구리가 잘 두었다. 그러나 난해한 장면에서 구리도 실수가 있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큰 과오가 드러난 점에서 역시 상대도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더욱 양질의 기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맘에 드는 친구로써 구리와의 오랜만에 대국인데?
10번기가 묘하다. 친구로 만나기는 좀 어색한 승부같다. 세계대회 결승을 만난 것보다 묘하다. 긴장감도 들어야 할 것인데 아직은 긴장이 좀 덜었다.

장장 9시간이 넘는 대국인데 점심은 어떻게 해결했나?
대국장 뒤편에 휴게실이 있다. 그곳에서 12시쯤 김밥과 컵라면 국물을 한껏 들이켰다. 대략 10분정도였을 것이다.

평소와 다르게 완벽에 가까운 바둑이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역시 초반엔 내가 기분 나쁠 수 있었는데, 구리가 4시간이란 제한시간에 대한 적응을 잘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제한시간이 긴 것이 역시 이국수에게 유리했던 것일까?
나에게 좋다. 구리는 속기파가 아닌가. 우리 둘이 두면 항상 내가 먼저 초읽기에 몰렸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최소한 불리한 이유는 없다.

이른 얘기이지만 이 10번기가 몇 판 갈 것 같나?
기본적으로 10판은 간다고 본다. 한판 끝냈다고 일희일비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승리하는 게 목표긴 하지만 일단 9판을 두었을 때 5승4패까지 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웃음)


▲ 가족의 힘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부인과 딸이 기나긴 복기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통 세계대회와 10번기, 두 가지를 대하는 느낌에 차이가 있었나?
세계대회 결승같은 경우는 많은 선수들을 이기고 결승을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이 10번기는 일등 아니면 꼴찌다.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다. 팬들의 입장은 2등도 잘한 것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는 그런 것이 아니다. 지면 속된 말로 거지다. 각오를 최대한 다지려고 하고 있다.

10번기를 앞두고 뭔가 새롭게 맘을 다스린 점은?
사실 별로 없다. 올해부터는 금주하기로 생각했는데 잘 안 됬다.(웃음) 오늘도 한잔해야 하는데 가족들이 있으니 참아야겠다. 딱히 뭘 준비한다는 것보다는 긴 승부니까 바이오리듬을 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흑이냐 백이냐 이것도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구리가 나를 모르겠는가, 내가 구리를 모르겠는가.

사실 10번기는 역사상 수 명밖에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스스로 내가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기쁘지 않은가?
아직은 아니다. 삼성화재배에서 구리가 반집패 두 번에 내게 그만 패하고 말았다. 아마 그때부터 10번기가 급속도로 진전되었던 것 같다. 오청원 선생과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는게 무리가 아닌가. 다만 구리가 60대까지도 나와 바둑을 두고 싶다고 말했는데, 솔직히 40대까지만이라도 둘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의 기량이 녹슬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직 우리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10번기에서 지더라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사실인가?
지면 쉽지 않다.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진 것도 상당히 내상이 있다. 그런데 10번기라면 그 내상은 크고 오래갈 것이다. 이건 타격이 있다. 두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과의 차이다. 다만 10번기 승부에서 누군가 지게 될 것인데, 그 때는 후회가 없다는 말이다. 

30줄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전기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생각은 아니었나?
솔직히 그렇기도 하다. 어린 친구들에게 차차 지는 회수가 많아지면서 조금 어려운 입장인 것은 사실이다. 구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삼성화재배에서 나도 준우승에 머물렀고 몽백합배에서 구리도 패했다. 어차피 10번기에서 이기는 게 목표지만 5-5 승부가 서로가 안 다치고 끝내고 싶긴하다. 그러나 찐한 승부를 하고 싶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내가 삼성화재배에서 지고 구리가 몽백합배 지고…. 사실 시기가 야릇하긴 하다. 그러나 70년만의 10번기가 아닌가. 당사자들에겐 많은 것을 건 승부다. 지금 열기가 아직은 지펴지지 않았지만, 팬들이 더욱 응원해주시면 힘이 날 것 같다.

 

▲ 영원한 라이벌 구리와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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