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爱相杀
劉昌赫 九단 꺾고 후지쓰杯 우승 차지 李世乭(이세돌·19)이 마침내 세계 바둑계의 전면에 나섰다. 마치 마이너 리그서 폭발적 타격으로 주목받던 루키가 메이저 리그에 진입하자마자 큼지막한 만루 홈런을 쳐낸 느낌이다. 지난 8월3일 도쿄서 막을 내린 제15회 후지쓰杯 세계 선수권대회 결승서 李世乭 三단이 대선배 劉昌赫(유창혁·36) 九단을 극적인 반 집 차로 따돌림으로써 바둑계는 일대 지각변동기로 돌입할 전망이다. 李世乭의 이번 후지쓰杯 제패로 한국 바둑은 17개 국제대회서 연속 우승이란 신화를 이어갔다. 한국이 국제대회를 제패했다는 것은 별반 뉴스거리도 못 될 정도인데, 그럼에도 이 사건이 국내외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정상권에 「새 식구」가 들어섰다는 점과, 그 새 얼굴이 앞길..
....물론 이세돌이 맘을 먹는다고 승부를 임의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10여 년 동안 파란만장한 승부의 애환을 나눈 친구의 고향에서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마저 끊어버리는 데는 인간적인 연민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향 팬 앞에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은 패배 이전에 참혹한 비애이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사로서 동병상련을 느낄 법하다. 이에 관해 이세돌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지난 12일 백홍석과의 명인전 8강전에 앞서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백홍석이 '구리 고향인데 끝내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하자 이세돌은 단호하게 '빨리 끝내주는 것이 피차를 위해서 좋을 것이다'며 말한 적이 있다. 거의 패배 선언을 한 상대는 빨리 목을 쳐주는 것이 승부사로서 예의다. tygem.game.nav..
▲ 장장 9시간의 혈전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세돌. 긴 승부였다. 장장 9시간을 넘어가는 승부 끝에도 그에게 말을 걸기는 어려웠다. 대국을 마치자마자 공개해설장으로 달려간 이후 그곳에서 1시간가량 팬 서비스를 다한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국장 바둑판 앞에 앉았다. 그로부터 또 1시간 여 복기가 끝나자 비로소 승자 이세돌의 소매 끝을 붙잡을 수 있었다. 프로로서 생명을 건다는 10번기. 70년 만에 벌어진 일인자의 10번기 중 10분의 1을 소화한 느낌 그대로를 전한다. 이제 10분의 1을 끝냈다. 일단 소감은? 초반은 역시 구리가 잘 두었다. 그러나 난해한 장면에서 구리도 실수가 있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큰 과오가 드러난 점에서 역시 상대도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