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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爱相杀
움직이면 뉴스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대통령, 교황, 방탄소년단 같은 유명 인사들이다. 바둑계로 한정한다면 이세돌이 그런 부류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화제요, 뉴스였다. 좋은 내용만 있는 게 아니었고 때로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는 악플과 선플의 중간 담벼락을 걷는 경계인이었다. 그런 이세돌이 또 한 번 빅 뉴스를 터뜨렸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소재는 자신의 은퇴 발표였다. 지난 한 주 바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모았다. 중국 대륙까지 들썩거렸을 정도였다. 이세돌은 과(過)가 하나라면 공(功)은 아홉쯤 되는 존재였다. 나는 다른 것 다 제쳐 놓고 이세돌이 바둑사의 주요 장면마다 빠짐없이 등장해 일정 역할을 수행한 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모든 약점과 과오를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
프로기사 이세돌은 표범을 닮았다. 짙은 눈썹, 전체적으론 둥그스름하지만 초리가 날카로운 눈, 살짝 끝이 올라간 입술이 그렇다. 외모뿐인가. ‘바둑계의 이단아’라는 별명처럼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그의 언행은 홀로 초원을 떠도는 표범을 연상시킨다. 날렵한 그의 기풍(棋風)마저도. 그의 기풍은 격렬하게 공격하다가도 실속을 챙기면 신속하게 철수하는 표범의 사냥 습성 그대로다. 프로기사가 상대를 거꾸러뜨려야 사는 비정한 승부세계의 사냥꾼이라면 이세돌(22)은 야생의 사냥꾼인 표범과 가장 잘 어울린다. 그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와 도요타덴소배에서 중국의 왕시 5단, 창하오 9단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두 대회의 우승상금과 부상을 합쳐 한 달 사이에 챙긴 상금만 5억원. 또 세계대..
작은 마음의 여유가 세상을 바꿔놓는다. 아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놓은 것이겠다. 지나는 길에 늘 있었을 개나리며 진달래의 아리따운 빛깔이 처음인 듯 방울방울 눈에 듣는다. 아하, 봄. 이제야 신록의 계절이 왔음을 깨닫느니…. 달리는 차창으로 가로수를 본다. 매연과 공해에 시커멓게 죽어가던 가지가지마다 연초록의 생명이 움터 오르고 있다. 자연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야만으로 세상을 망가뜨릴 때 그 한쪽에서 묵묵히 치유하고 복원시키는 생명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눈길이, 가로수 높은 가지 사이의 새둥지에 닿을 때 가슴이 벅차 오른다. 우리 스스로 망가뜨린 것이라는 손톱만큼의 죄의식조차 없이, 그저 떠나고 싶어하는 이 도시에 아직도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은 ..
이세돌이 ‘힘들게’ 이겼다. [문용직의 바둑 산책] 박정상 9단이 보는 10번기 55년 만에 부활된 세계 최강자전 이세돌, 구리에 3대2 한발짝 앞서 자부심·집중력 자기 모든 것 걸어 25일 중국 윈난(雲南)성 중뎬(中甸·일명 샹그릴라)에서 열린 10번기 제5국에서 이세돌(31) 9단이 구리(31) 9단을 꺾었다. 3, 4국의 패배를 설욕하고 종합전적 3대 2로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이라는 바둑 사상 최고의 상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959년을 끝으로 역사에서 사라진 ‘10번기’는 최고 실력자를 가리는 승부 바둑의 대명사였다. 중국인 우칭위안(吳淸源·100)이 1940~50년대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무대였기에 ‘우칭위안 10번기’로도 불린다. 이세돌과 구리는 지난 10년 세계 바둑계 1..
이세돌 9단은 재미있는 청년이다. TV 프로에도 잘 나가고 그런 곳에서 노래도 하라면 서슴지 않고 한다. 바둑 스타일도 매우 화끈해 팬들도 많다. 그러나 좀 엉뚱하게 빈구석도 많다. 지난주 중국에서 벌어진 이세돌의 중국리그 데뷔전. 중국의 일류 기사들보다 몇 배나 많은 몸값을 받는 이9단에게 구이저우(貴州)팀은 당연히 승리를 기대했고 이9단도 승리를 자신했다. 상대는 이세돌의 구이저우팀과 리그 선두를 다투는 베이징(北京)팀의 신예 류싱(劉星)6단. 바둑은 흑을 쥔 이세돌의 우세였지만 상당히 미세한 바둑이어서 덤이 신경 쓰이는 형편이었다. 이 상황에서 불행히도 이세돌은 중국이 7집반 덤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6집반이거니 생각하고 좀 느긋하게 두다가 끝내 반집을 지고 말았다. 이창호 9단에게 ..
▲ 절정의 승부 나이 22세. 외국 기사들을 상대로 1년간 승률 9할 이상의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는 이세돌은 “한 시대를 풍미한 기사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기원 제공 이젠 ‘외국 기사 킬러’로 불러야 할까. ‘쎈돌’ 이세돌(22) 九단의 국제 무대 활약상이 심상치 않다. 현역 국제 2관왕인 이 九단은 지난해 5월 이후 만 1년간 외국 기사를 상대로 치른 24국 중 단 2패만을 기록하며 후지쓰배 4강, LG배 8강, CSK배 전승(3승) 등 무서운 기세로 무풍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항상 바둑판 안팎으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이세돌을 만나봤다. ―지난 1년간 삼성화재배 준결승, 도요타덴소배 결승 등 두 차례 3번기서 구리(古力) 및 창하오(常昊)에게 한 판씩만 패했다. 하지만 둘 모두 2대1..
국내바둑 랭킹 1위 이세돌이 갑작스레 휴직을 선언하고 국내ㆍ외 공식기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최근 몇 년 간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공식 대국을 치르는 강행군을 해 왔던 한국 최고 기사 이세돌이 오랜만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맞은 '휴식'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휴직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10세 때 바둑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후 사실상 처음 맞는 휴가다. 7월 초 중국리그가 끝난 후부터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특히 바둑과는 완전히 담 쌓고 지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도장에 나가 제자들을 돌보는 것 외에는 국내ㆍ외 바둑 소식이나 실전 기보 등에 일체 관심을 끊었다. 대신 그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과 만나 밥도 먹..
‘돌아온 쎈돌’ 연승 행진 어디까지? 승률 100%, 파죽의 19연승 숙적 구리 꺾고 후지쓰배 ‘나 홀로 4강’ 이세돌 9단이 숙적 구리(古力)마저 눕혔다. 14일 도쿄 일본기원서 벌어진 제23회 후지쓰배 8강전서 이세돌은 구리 9단의 열화와 같은 공격을 잠재우고 264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난 번 비씨카드배에서 쿵제를 꺾은 데 이어 구리마저 격파함으로써 복귀 후 국제무대에서 중국 랭킹 1,2위를 잇달아 꺾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이로써 파죽의 19연승. 지금 바둑계의 모든 시선은 이세돌의 연승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쏠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직 중 이세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를 연전연승으로 이끄는 것일까. 타고난 야수의 본능일까, 아니면 내..
나 기분 안좋다 팍팍 티를 내고 있는 이 9단이 귀엽고, 나란히 앉은 구 9단의 환한 미소가 눈부시다.
이창호가 도도히 흐르는 장강이라면 이세돌은 여름날의 폭풍우고 구리는 고원(高原)의 바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창호의 강은 절정기를 지나온 듯하다. 요즘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람이 어찌 계속 절정일 수만 있겠는가. 이창호의 강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지켜보는 자체가 또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이세돌은 강렬하고 무섭지만 바로 그래서 얼마간 기복이 있다. 그게 불안 요소다. 폭풍우는 때로 스스로 피곤해지기도 하는 것. 구리는 바둑이 시원시원한 것처럼 인물도 좋고 성품도 좋다. 맺힌 구석이 없어 보인다. 이창호 이세돌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지나 집념 그런 쪽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다. 대신 그 나름의 통과 그릇이 마침내 경지에 이른다면 정상에서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