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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爱相杀
구리 9단은 자신의 휴가 기간을 한가하게 보내지 않았다. 그는 1995년 입단 후 지금까지 15년의 프로기사 생활 동안 둔 정식 대회 기록을 모두 정리했다. 공교롭게도 10월 5일까지 그의 승국수는 정확히 800승을 기록했다. 구리 9단은 총 1157국을 두었고, 800승 357패를 거둬 승률 69%를 기록했다. 중국기원이 전문적으로 기사들의 대국수와 승국을 통계내지 않기 때문에 구리 스스로 기록한 통계는 유일한 자료가 되었다. 구리가 이처럼 완벽하게 자신의 대국을 정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좋은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대회가 끝날 때마다 그가 했던 것은 훈련일지에 자신의 기보를 기록한 일이다. 매 대회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자신의 기보를 정리했다. 구리는 일찍이 한 가지 바람을 말한 적이..
劉昌赫 九단 꺾고 후지쓰杯 우승 차지 李世乭(이세돌·19)이 마침내 세계 바둑계의 전면에 나섰다. 마치 마이너 리그서 폭발적 타격으로 주목받던 루키가 메이저 리그에 진입하자마자 큼지막한 만루 홈런을 쳐낸 느낌이다. 지난 8월3일 도쿄서 막을 내린 제15회 후지쓰杯 세계 선수권대회 결승서 李世乭 三단이 대선배 劉昌赫(유창혁·36) 九단을 극적인 반 집 차로 따돌림으로써 바둑계는 일대 지각변동기로 돌입할 전망이다. 李世乭의 이번 후지쓰杯 제패로 한국 바둑은 17개 국제대회서 연속 우승이란 신화를 이어갔다. 한국이 국제대회를 제패했다는 것은 별반 뉴스거리도 못 될 정도인데, 그럼에도 이 사건이 국내외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세계 최정상권에 「새 식구」가 들어섰다는 점과, 그 새 얼굴이 앞길..
....물론 이세돌이 맘을 먹는다고 승부를 임의로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10여 년 동안 파란만장한 승부의 애환을 나눈 친구의 고향에서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마저 끊어버리는 데는 인간적인 연민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향 팬 앞에서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은 패배 이전에 참혹한 비애이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사로서 동병상련을 느낄 법하다. 이에 관해 이세돌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지난 12일 백홍석과의 명인전 8강전에 앞서 담소를 나누는 와중에, 백홍석이 '구리 고향인데 끝내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하자 이세돌은 단호하게 '빨리 끝내주는 것이 피차를 위해서 좋을 것이다'며 말한 적이 있다. 거의 패배 선언을 한 상대는 빨리 목을 쳐주는 것이 승부사로서 예의다. tygem.game.nav..
▲ 장장 9시간의 혈전을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세돌. 긴 승부였다. 장장 9시간을 넘어가는 승부 끝에도 그에게 말을 걸기는 어려웠다. 대국을 마치자마자 공개해설장으로 달려간 이후 그곳에서 1시간가량 팬 서비스를 다한 후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국장 바둑판 앞에 앉았다. 그로부터 또 1시간 여 복기가 끝나자 비로소 승자 이세돌의 소매 끝을 붙잡을 수 있었다. 프로로서 생명을 건다는 10번기. 70년 만에 벌어진 일인자의 10번기 중 10분의 1을 소화한 느낌 그대로를 전한다. 이제 10분의 1을 끝냈다. 일단 소감은? 초반은 역시 구리가 잘 두었다. 그러나 난해한 장면에서 구리도 실수가 있었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큰 과오가 드러난 점에서 역시 상대도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
하루를 쉬고서 제2국이 속개되었다. 쉬는 하루 동안 구리는 여러 차례 백담사 인근을 산책했다. 이세돌은 자기 숙소에서 칩거했다. 이세돌은 이번 3번기를 위해 진작부터 컨디션 조절을 생각했으나 그 추진에 차질이 있었다. 그는 대국 장소인 백담사를 적어도 사흘 전에 찾아가 운기조식을 할 예정이었고 그것을 주선하도록 한국기원에 부탁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섭섭한 마음에 제1국을 보이콧할 결심을 하고 백담사에 가지 않았다. 형인 이상훈이 부랴부랴 설득에 나섰다. 이상훈과 이세돌은 다른 관계자들이 백담사에 모두 도착한 시각에 비로소 서울을 출발했다. 대전 택시가 백담사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30분이었다. 이세돌은 6시간쯤 자고 일어나 대국실에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제1국을 불계패당했다. 대마를 잡..
2003년 여름 KT배마스터즈 결승3번기 최종국을 치르던 날 저녁으로 기억한다. 이세돌은 입단시절부터 '이창호의 뒤를 이을 천재소년'으로 주목돼 왔으므로 잘 알고 있었으나 저녁자리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결승3번기 제1국을 이겨 타이틀을 눈앞에 두었다가 제2, 3국을 연패하는 바람에 타이틀은 유창혁의 품으로 넘어갔고 소년은(실은, 83년생이니 만으로 따져도 열아홉 청년이었는데 앳된 그의 얼굴은 오히려 중고생이라고 해야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다소 지치고 우울한 심사를 애써 감춘 표정이었다. 우연히 마주친 서능욱 9단이 한국기원 근처 '특우정'에서 저녁을 샀는데 지금은 한국기원에서 은퇴한 문용직 5단(KT배 관전기자, 정치학 박사)과 KT배 바둑TV 관계자 몇이 동석했다. 자..
‘세계 바둑사상 최초의 빅 매치’로 불리는 제13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3번기 제1국이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특별 대국실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 대국은 98수로 끝나 구리가 봉수(封手)했다.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목진석 9단, 원성진 9단 등은 “중앙 싸움에 승패가 달렸다”고 진단했고, 최규병 9단은 “백이 약간 고전하는 양상”으로 봤다. 중국 팀 단장 위빈(兪斌) 9단은 구리의 형세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두 대국자는 점심 휴식 시간 때 사찰 내 식당에서 함께 산채 비빔밥을 들었다. 이세돌과 구리 모두 표정은 밝다. 이세돌은 대국장 안을 날아다니는 파리를 화제로 삼았고, 구리는 자신의 출신지인 사천(四川)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잘 먹는다며 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섞어 먹었..
이세돌9단은 날카롭고 예민하면서도 전형적인 고양이과의 사나움과 패기를 갖고 있다. 외모나 성격.기풍이 다 그렇다. 대화를 나눠보면 매우 솔직하고 숨김없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도장 생활을 하자면 선배들의 눈치를 보게 마련이지만 이세돌에겐 그런 그늘이 없다. 솔직하다는 것은 내 속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상대에게 처분을 맡기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세상이란 그리 녹록지 않아서 솔직함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이세돌9단에 대한 바둑계의 찬반도 여기서 갈리는 것 같다. news.joins.com/article/363014
“싸움은 끝났다. 그러나 승부는 이제부터다.” 한국 바둑의 얼굴 이세돌과 대륙 바둑의 적장자 구리가 벌인 ‘세기의 10번기’가 지난달 28일 중국 충칭에서 치른 제8국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의 명예와 한·중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이번 대결에서 최후의 웃는 자는 이세돌이었다. 6-2 완승. 그는 이번 승리로 세계바둑사에 한 획을 남기게 됐다. 빛나는 이름으로…. 8억원이 넘는 상금(500만위안)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승리가 고프다. 10번기 승리를 확정지은 뒤 그가 처음 한 말은 “내 승리가 중국세를 극복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였다. 이세돌과 구리, 당대 세계바둑계 최고의 라이벌이자 절친인 두 사람의 싸움은 끝났다. 하지만 세계 바둑패권을 놓고 벌이는 한·중 대결은 이..
“개성이다!” 이세돌 9단의 1년반 휴직 소식을 들은 마샤오춘 9단의 반응이다. 마샤오춘 9단은 “이세돌 9단이나 한국기원 모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의 가장 큰 적수로 꼽히는 구리 9단도 이 소식을 접했다. 구리 9단은 “우리가 뭐라 할 수 없는 문제다. 이세돌 9단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의견을 존중해 줘야한다.”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또한 그는 “그와 대국하는 것은 아주 흥분된다. 그와 대국할 기회가 줄어든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국내 아주 많은 어린 기사들과 대국할 때도 아주 힘겹다. 이세돌이 잠시 쉰다고 해서 내 천하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천재이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갑조리그 이세돌 9단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