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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爱相杀
“싸움은 끝났다. 그러나 승부는 이제부터다.” 한국 바둑의 얼굴 이세돌과 대륙 바둑의 적장자 구리가 벌인 ‘세기의 10번기’가 지난달 28일 중국 충칭에서 치른 제8국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두 사람의 명예와 한·중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이번 대결에서 최후의 웃는 자는 이세돌이었다. 6-2 완승. 그는 이번 승리로 세계바둑사에 한 획을 남기게 됐다. 빛나는 이름으로…. 8억원이 넘는 상금(500만위안)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승리가 고프다. 10번기 승리를 확정지은 뒤 그가 처음 한 말은 “내 승리가 중국세를 극복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였다. 이세돌과 구리, 당대 세계바둑계 최고의 라이벌이자 절친인 두 사람의 싸움은 끝났다. 하지만 세계 바둑패권을 놓고 벌이는 한·중 대결은 이..
“개성이다!” 이세돌 9단의 1년반 휴직 소식을 들은 마샤오춘 9단의 반응이다. 마샤오춘 9단은 “이세돌 9단이나 한국기원 모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의 가장 큰 적수로 꼽히는 구리 9단도 이 소식을 접했다. 구리 9단은 “우리가 뭐라 할 수 없는 문제다. 이세돌 9단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의견을 존중해 줘야한다.”라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또한 그는 “그와 대국하는 것은 아주 흥분된다. 그와 대국할 기회가 줄어든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는 국내 아주 많은 어린 기사들과 대국할 때도 아주 힘겹다. 이세돌이 잠시 쉰다고 해서 내 천하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천재이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갑조리그 이세돌 9단의 ..
바둑팬 여러분.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시는지요. 바둑 기자로 현장을 뛰면서 그동안 건조한 뉴스로만 만났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단지 '지구에 사는 한 종의 생명체'로서 취재 현장에서 갖는 느낌ㆍ풀어놓지 못하고 지나쳤던 생각들을 가벼운 기분으로 펼쳐 봤습니다. 뉴스 고유의 마른 글투에서 힘을 쫙~ 빼고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썼으니 편안하게 봐 주시기 바랍니다. 구리의 고뇌 한·중·일의 프로기사 누구나 실력을 인정하는 구리 9단. 그의 얼굴엔 진지한 표정이 많다. ‘구리 9단이 엄청난 개그를 해 좌중이 박장대소하게 했다’는 얘기는 잘 못 들어 본 것 같다. 언젠가 국가를 위해 바둑을 둔다고 말한 적이 있다(아나키스트인 내 후배는 이 말을 몹시도 싫어한다.) 국가의 안위와 명예를 걱정하는 우국지사처럼 그렇..
후지쯔배 우승을 차지한 구리 9단이 부친의 묘소를 찾은 기사가 중국 인터넷에 실리면서 많은 바둑팬들의 격려와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아래 내용은 중국 시나닷컴에 난 기사를 옮겼다. “아버지, 제가 돌아왔습니다! 벌써 435일이 흘렀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바램을 져버리지 않고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후지쯔배 우승을 차지한 구리 9단이 지난 7월 10일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 후지쯔배 우승이 확정된 날 구리 9단은 부친을 생각하니 목이 메이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7월 10일 충칭으로 돌아온 후 곧바로 공항에서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 베이징에서 충칭으로 갈 때 구리 9단은 붉은 색 T셔츠를 입고 있어 집에 들른 후 구리는 곧 검은 색으로 갈아입고 부친의 묘소를 찾은 것. 구리 9..
이수오(李壽五)씨는 기인(奇人)이었다. 바둑천재 이세돌의 아버지인 그는 44년 생으로 광주교대를 나왔다. 젊은 시절 목포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홀연히 식솔들을 이끌고 고향인 비금도(飛禽島)로 유턴, 98년 세상을 뜰 때까지 그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아마 5단의 바둑실력과 함께 천문, 역사, 족보 등에 두루 해박한 인텔리였다. 말년의 그는 막내 세돌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것이 최고의 낙이었다. 3남 2녀의 자녀 모두를 도시로 진출시키고 유일하게 세돌이만 곁에 남긴 채 바둑을 가르쳤다. 그의 바둑 교육방식은 특이했다. 아침에 농사일을 보러 나가기 전 사활(死活)문제를 내주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 숙제를 점검하는 식이었다. 전직 교사이자 현직 농부였던 이수오씨의 막내사랑은 끔찍했다. 다섯 살 막내동이가..
이세돌 9단에겐 저항적인 기운이 흐른다. 어딘지 외로워 보인다. 그는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서슴없이 말하고 생각이 다르다면 선배든 누구든 망설임없이 충돌한다. 이세돌은 결승전 상대가 누구이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저우허양”이라고 대답했는데 그 이유를 묻자 “……바둑도 왕시가 강한 것 같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아주 영리하다. 호연지기(浩然之氣)가 강하고 화끈하게 행동하면서도 상대의 반응을 예측하며 움직인다. 몸은 호리호리하고 약해 보이지만 이세돌은 표범과 같은 동물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고양이과의 전형을 느끼게 해준다. 구리(古力) 7단은 몇 가지 점에서 이세돌과 비슷하고 몇 가지 점에서 아주 다르다. 예를 들어 호연지기가 강한 것은 둘이 비..
이세돌이 ‘힘들게’ 이겼다. [문용직의 바둑 산책] 박정상 9단이 보는 10번기 55년 만에 부활된 세계 최강자전 이세돌, 구리에 3대2 한발짝 앞서 자부심·집중력 자기 모든 것 걸어 25일 중국 윈난(雲南)성 중뎬(中甸·일명 샹그릴라)에서 열린 10번기 제5국에서 이세돌(31) 9단이 구리(31) 9단을 꺾었다. 3, 4국의 패배를 설욕하고 종합전적 3대 2로 500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이라는 바둑 사상 최고의 상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959년을 끝으로 역사에서 사라진 ‘10번기’는 최고 실력자를 가리는 승부 바둑의 대명사였다. 중국인 우칭위안(吳淸源·100)이 1940~50년대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무대였기에 ‘우칭위안 10번기’로도 불린다. 이세돌과 구리는 지난 10년 세계 바둑계 1..
11월 19일, 바둑계는 전설적인 기사를 잃어버렸다. 한국기원 뉴스에 따르면, 바둑세계대회 우승 14회 한국 챔피언 이세돌은 어제 한국기원에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은퇴를 알렸다. ......앞에 다 아는 소개글은 생략하고...... 이세돌의 은퇴에 대해, 구리는 놀랐지만 예감하는 바가 있었다고 말했다. 상유신문과 충칭조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구리는 말했다.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완벽주의자다." 이런 면은 장국영과 비슷하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세돌은 공식 은퇴 후 고별 대국을 벌일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과 대국 상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중국 바둑팬들은 고별 대국에 구리가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구리는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지만, 이세돌..
국내바둑 랭킹 1위 이세돌이 갑작스레 휴직을 선언하고 국내ㆍ외 공식기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최근 몇 년 간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공식 대국을 치르는 강행군을 해 왔던 한국 최고 기사 이세돌이 오랜만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맞은 '휴식' 기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휴직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10세 때 바둑 공부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후 사실상 처음 맞는 휴가다. 7월 초 중국리그가 끝난 후부터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푹 쉬었다. 특히 바둑과는 완전히 담 쌓고 지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도장에 나가 제자들을 돌보는 것 외에는 국내ㆍ외 바둑 소식이나 실전 기보 등에 일체 관심을 끊었다. 대신 그동안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과 만나 밥도 먹..